2014.03.29 09:31

제가 ZDnet에 쓴 칼럼입니다.





그 동안 인터넷은 미국의 소유였다. 미국 국방부에서 시작된 인터넷은 전 세계인이 사용하고 누구나 개발 가능한 만인의 인터넷이 되었지만, 인터넷 주소(IP주소와 도메인)를 관리하는 핵심 기능은 아직까지 막후에서 미국 정부가 조종하고 있었다.

 

하 지만, 미국이 갑자기 이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인터넷 주소를 독점적으로 관리하던 권한은 미국이 인터넷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 절대 포기 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었다. 이번 결정의 표면적 이유는 인터넷의 자유와 개방을 촉진하기 위해서라고 미 상원의원인 록펠러 (Rockefeller)는 말한다. 

 

인터넷주소기구인 ICANN 의장은 인터넷 주소를 관리하는 기능을 국제 기구에 넘기기 위해 미국 정부는 오래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로 그들이 인터넷의 자유를 위해 그들의 권한을 포기했다고 보기에는 그 동안 미국 정부가 이 권한을 지키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살펴보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ICANN은 미국이 만든 편법 단체

미국 상무부 산하 국가통신정보청(NTIA)은 내년 9월 30일로 계약이 만료되는 ICANN과 계약 연장하지 않고 IP주소와 도메인에 대한 정책을 관리하는 권한을 국제 단체에 넘기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미 상무부는 과거 인터넷 도메인과 주소 정책을 직접 관리하고 있었는데 국제 사회에서 그 권한을 국제 단체로 넘길 것을 요구하자 1998년 6월 '인터넷 주소 운영에 관한 백서'를 통해 ICANN을 만들었다.

 

국제 단체로 명목상 국제적 합의를 통해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 상무부와 계약을 해 위임 받은 권한을 행사하며, 미 상무부에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미 정부 아래서 운영되고 있다. 미국이 이런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IP 주소와 도메인 등의 관한 정책을 주도하고 싶었던 것은 그 만큼 이 기능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인터넷 전반에 대한 정책을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인터넷을 영향력 아래 두고 싶어했다

 

역 사적으로 미국 정부가 인터넷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IP주소와 도메인 정책 관리 권한에 얼마나 집착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존 포스텔’ 사건이 있다. 존 포스텔은 초기 인터넷을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한 과학자로 도메인 기술을 개발했다.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IANA에 근무하며 도메인과 IP 정책을 그가 대부분 설계하고 관리했다. 하지만, 인터넷의 중요성이 커지자 미국 정부는 자신들의 비용으로 인터넷이 연구 개발 되었다는 명분으로 도메인과 IP 정책에 대한 권한을 그에게서 빼앗아 가져가 버렸다.

 

이에 존 포스텔은 TCP/IP를 개발해 인터넷의 아버지로 추앙 받고 있는 빈트서프 (Vinton Gray Cerf) 등 초기 인터넷 과학자들을 모아 1992년에 ‘인터넷 소사이어티’라는 인터넷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범세계적인 민간 단체를 만들려고 했다.

 

지금 미 정부가 결정한 것처럼 존 포스텔은 IP주소와 DNS 같은 중요 정책 결정은 미 정부와 독립된 국제적 단체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인터넷 소사이어티는 IP주소와 도메인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전세계 주요 상표권자들과 협력하기로 하였으며 미국 대형 통신사인 MCI와 대형 IT 기업인 디지털이큅먼트 등과도 협력을 해 미국 정부로부터 인터넷을 독립시키려고 했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인터넷 소사이어티의 활동과 그들의 협약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항의해 존 포스텔은 자신의 컴퓨터를 전 세계 인터넷의 루트 서버로 바꾸는 도발을 감행했다. 미국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존 포스텔을 압박했고, 이에 위기를 느낀 그는 루트 서버를 다시 미국 정부로 돌려 놓았다.

 

하지만 이때 미 정부로 받은 협박에 극심한 스트레스로 시달리다 9 개월 후 심장 마비로 사망했다. 존 포스텔 사건 이후 미국 정부는 주요 인터넷 정책은 자신들이 결정할 것을 공식 선언하며 법으로 명문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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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이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