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02 11:50

주위 사람: 키보드 구매하셨네요. 이 제품도 비싼거에요?
리얼포스 유저: 응.
주위 사람: 얼마인데요?
리얼포스 유저: (손가락으로 네 개를 표시한다.)
주위 사람: 4 만원이나 해요? 좋은 것이나 보네요
리얼포스 유저: 아니
주위 사람: ....

리얼포스 키보드 (이하, 리얼포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리얼포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잘 이야기 하지 않는다. 사실 너무나 평범하게 생겨서 물어 보지 않으면 직접 이야기 할 이유도 없다. 다만, 주위 사람 중에 디지털 제품에 대한 취미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혹시나 해서 물어 볼 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화가 위와 같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

리얼포스
키보드를 좋아하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끝판왕이라고 부르는 제품이다. 본인이 리얼포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3년 정도 되었다. 처음에는 너무 비싼 가격에 호기심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다음에는 옥션 평점에 놀랐다. 누군가 옥션에서 50대 정도를 팔았다는데 만족도 평가에서 구매자 중 한 명을 제외 한 49명이 5점 만점에 5점을 주었다. 1명은 4점을 주었는데 그 사유가 제품은 좋은데 배송이 늦었다는 이유였다. 도대체 어떤 제품일까? 너무 궁금한 나머지 회사 휴가를 내고 용산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수소문 끝에 용산 후미진 오피스텔에서 리얼포스를 처음 만났다. 처음 자판을 때렸을 때 느낌은 생각보다 큰 감흥이 없어 구매를 미루고 그냥 돌아 왔다. 이후에도 마니아들 사이에서 리얼포스에 대한 찬양의 글이 종종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 또 다시 궁금증이 타올라 휴가를 내고 용산을 찾았다. 이번 여름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리얼포스 시타를 하고 돌아 설 때마다 정말 이 제품이 그렇게 좋은 제품일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나에게는 큰 감흥이 없었다. 시타를 하고 돌아 오고 그때마다 나는 마니아들이 칩거하는 커뮤니티에 리얼포스를 시타하고 왔는데 생각보다 큰 감흥이 없었다는 글을 올렸고 언제나처럼 리얼포스는 일주일 정도 사용해 봐야 그 참맛을 알 수 있다는 댓글이 달렸다.

리얼포스를 이렇게 구매했다.
제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제품의 참맛을 느끼기 위해 구매했다. 리얼포스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전용량무접점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다른 키보드들은 그 방식이 멤브레인 방식이든 기계식 방식이든 모든 유점점 방식으로 전극이 접하는 것을 통해 키가 눌리는 것을 감지하는 방식인데 비해 정전용량무접점 방식은 전극이 접하지 않아도 일정한 수준의 키가 눌러지면 전압의 차이를 인식 해 입력이 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압력을 크게 가할 필요 없이 살짝 입력해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리얼포스는 또 다시 키압의 따라 차등과 균등으로 나눠지며 키압에 따라 35g, 45g, 55g 나눠진다. 새끼 손가락이 입력 되는 부분의 키압을 낮게 잡아 놓은 것이 차등이며 균등은 손가락 위치와 무관하게 35g, 45g, 55g로 균일한 압력으로 입력하는 방식이다. 본인은 균등 중 가장 압력이 강한 55g를 구입했다. 제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마니아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 넘치기 때문에 생략한다.

제품을 몇 주간 사용 해 보니 플라시보 효과인지 그 맛을 조금씩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만족도는 크게 높아졌다. 특유의 서걱거리는 느낌이 좋다. 이 느낌이 좋아서 키보드를 통해 무엇인가를 계속 입력하고 싶어지고 싶어진다. 하지만, 아직 본인에게 5점 만점의 5점은 아니다. 필자가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던 제품 스타일과 다르기 때문이다. 본인은 내츄널 키보드로 자판이 양쪽으로 나눠지면 휘어져 있는 제품을 좋아한다. 10년 이상한 MS 내츄널 키보드 제품들을 사용했다. MS 네츄널 키보드의 특징이 키 높이가 낮다는 것이다. 그런데 리얼포스는 본인에게 키 높이가 높다는 느낌을 준다. 키보드의 각도와 높이가 다르기 때문에 짧은 글을 입력 할 때는 그 특유의 서걱거림이 좋은데 장문의 글을 입력 할 때는 손목이 아프다. 10분 ~ 20 분을 끊임 없이 하는 경우가 있는데 기존 MS 내츄널 키보드를 입력 할 때보다 피로도를 더 느낀다.

리얼포스 느낌이 좋다. 하지만 오랫동안 정 반대의 키보드를 사용해 왔던 내 몸에 아직 맞지 않는 제품이라는 생각이 다른 한구석이 남아 있는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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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이모이